디지털 화면과 네트워크를 매개로 타인을 인식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지금, 신체는 더 이상 고정된 실체로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지와 데이터, 신호의 형태로 분화되며, 신체적 감각과 경험까지도 직접적인 접촉이 아닌 간접적인 접속의 경험으로 재편된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감각적 불일치와 존재 방식의 전환을 ‘접촉-접속’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에서 신체는 언제나 경계 위에 놓여 있다.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동시에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며, 실재와 가상이 중첩된 상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가변적 신체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며, 완전히 닿지도, 완전히 분리되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불안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공동체적 접촉이 약화되고, 개인화된 접속이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신체는 관계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그 관계로부터 유예되는 이중적인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작가는 이와 같은 긴장 상태를 신체의 움직임과 미디어 장치를 통해 가시화하며, 감각과 관계의 구조를 재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 《 73°C : Unreached 》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프리허그(FREEHUGS)’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프리허그’는 낯선 타인과의 즉각적인 신체 접촉을 전제하는 행위이지만, 작가는 이를 디지털 환경 속으로 이식함으로써 접촉이 더 이상 온전히 성립되지 않는 상황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에서 제시된 ’73°C’는 한 사람의 체온인 ’36.5°C’가 타인과의 포옹을 통해 중첩된 상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수치이다. 그러나 이 온도는 실제로 도달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는 과열된 상태이기도 하다. 이 모순된 수치는 두 신체가 만나 생성되는 온기를 상징하는 동시에, 매개된 접촉이 지닌 비현실성과 왜곡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73°C’는 단순한 온도의 개념이 아니라, 접촉이 접속으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잔여를 의미한다. 실제의 체온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색온도와 수치 데이터로 변환되고, 신체의 감각은 시각적 정보로 환원된다. 이때 관객이 경험하는 접촉(접속)은 물리적 온기가 아니라, 이미지와 신호가 만들어내는 ‘잔열’에 가깝다. 작가는 이러한 상태를 통해 접촉이 아닌 접속에 익숙해진 감각 조건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관계를 어떤 기준으로 인식해야 하는지, 그리고 변화된 감각 체계 안에서 신체가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작품 〈 FREEHUG: solo 〉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관객의 신체 경험으로 직접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관객이 화면 앞에 서는 순간, 화면 속 가상의 인물은 관객을 향해 포옹을 시도한다. 이때 포옹의 이미지는 색온도로 시각화되며, 신체 간의 접촉은 영상과 현실의 중첩된 상태로만 가능해진다. 관객은 분명 ‘닿고 있는 상태’를 시각적으로 인지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물리적 접촉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접촉과 접속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된 조건 속에서 신체적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인식되고 축적되는지를 환기한다.
  작품 〈 FREEHUGS: ensemble 〉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퍼포먼스의 형태로 확장된다.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퍼포머는 가상의 인물을 향해 반복적으로 포옹을 시도하지만, 그 대상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사라지고 다른 위치에서 재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신체는 실재와 가상 사이를 오가며, 접촉과 접속이 반복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양상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만남이 지연되고 변형되는 상태,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긴장과 불균형의 구조를 드러낸다.
  작가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기술적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대의 신체가 어떻게 세계를 감각하고, 타자와 관계를 맺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정서적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를 탐구하는 시도이다. 접촉과 접속이 교차하는 이중적 조건 속에서, 신체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분열되며, 동시에 관계를 향한 욕망과 그 불가능성 사이에서 진동한다. 《 73°C : Unreached 》는 이러한 경계 상태 속에서 신체가 앞으로 어떠한 방식의 접촉(접속)을 구성해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불안정성을 어떻게 새로운 관계의 형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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