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하객이었을까.
분명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신랑과 신부를 고정된 이미지로 볼 수는 없었다.
분명 결혼식에 참석했지만, 신랑과 신부를 고정된 이미지로 볼 수는 없었다.
그 보이지 않는 둘은 과연 하나가 되었을까.
사회자의 호령에 따라 풍물놀이패가 흥을 돋우고 하객들은 어느새 혼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전통혼례의 절차에 따라 긴 시간 진행된 퍼포먼스는 비신체적 존재들이 ‘하나’로 인정받으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연극적 구조를 빌려 그들의 관계가 실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두며 관객을 하객의 위치에 두어 두 존재의 결합을 함께 수행하게 만든다.
외부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신체
관객-하객은 증인이자 개입자로서 휴대폰 입력 장치를 통해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이들에게 관여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관계를 구성하는 이 장면은 오늘날의 디지털 친밀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온라인 환경에서 물리적 신체를 직접 공유하지 않은 채 관계를 맺고, 정체성 또한 외부의 반응 속에서 새로이 쌓아간다. 《혼의연》은 이러한 관계의 조건을 혼례 안으로 옮겨와 신체적 접촉이 없는 관계도 결속에 이를 수 있는지, 관객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곳에서 신랑과 신부는 하객의 프롬프트 입력값을 통해 이미지를 갖는 신체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프롬프트가 언제나 두 존재에 대한 섬세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관객이 입력하는 단어들은 ‘피카츄’, ‘아이언맨’, ‘타노스 팔’, ‘모나리자’와 같이 AI가 즉각적으로 반응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자극적이고 효과적인 키워드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이 장면은 온라인 속 개인의 이미지와 정체성이 타인의 시선과 입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극적인 이미지를 소비하며 쉽게 영향을 받는 우리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하객은 혼례의 증인임과 동시에 빠르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기대하는 플랫폼 이용자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접촉에서 접속으로 이동한 질문
윤대원의 이전 전시 《강강-술래-잡기》가 몸의 접촉을 통해 공동체성의 회복 가능성을 살펴봤다면 《혼의연》은 접촉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공동체가 성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윤대원의 관심은 여전히 접촉과 접속, 몸과 관계의 문제에 놓여 있지만 이번 작업은 신체 없는 존재들도 형식과 절차를 통해 하나의 관계이자 공동체가 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여기서 전통혼례는 두 존재의 결합을 공동체 앞에서 선언하고 승인하는 의식으로 작가는 그 중심에 실체 없는 존재들을 세운다. 그리고 묻는다. 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은 몸의 접촉인가, 그들의 감정인가, 아니면 형식과 절차,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증인의 구조인가.
혼종적 존재와 관계의 형식
신랑, 신부가 실제 배우의 몸과 AI가 생성한 얼굴로 동시에 보여지며, 손과 오브제로 의례적 행위가 반복되는 장면은 인간과 기계, 신체와 비신체의 경계가 흐려진 혼종적 존재를 보여준다. 이들의 얼굴은 스크린 속 이미지로만 제시되지만 혼례상 위의 절차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현실의 장면으로 수행된다. 온전한 몸 대신 손만이 의례를 수행하고 그 장면이 다시 화면을 통해 송출되면서 접촉과 접속이 동시에 존재하는, 교차적 구조가 만들어진다.
더욱이 실시간으로 변형되는 AI 이미지는 현실적 모사에 가까운 정교함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AI시스템 속에서 프롬프트가 어눌하고 불규칙하게 일그러지는 형상으로 구현되며 예상치 못한 더 강한 시각적 볼거리를 만든다. 때로는 추상적으로, 때로는 희극성과 신체 공포 사이를 오가듯 변형되는 이 이미지는 그만의 독자적인 조형적 흡입력을 지닌다. 따라서 이 작업에서 AI 이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불안정한 신체 미학을 구성한다.
형식 이후에도 관계는 남는가
결국 관계의 실체가 불분명하더라도 그것을 둘러싼 절차와 상징, 하객의 증언과 축하가 모두 성립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결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객이 떠나고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그들은 여전히 ‘우리’일 수 있을까. 여기서 《혼의연》은 비물질적 관계의 시대에 공동체가 무엇으로 성립하며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를 살펴보고 혼례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성립했던 관계가 형식과 증인이 사라진 뒤에도 남을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되묻는다.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1985)은 인간과 기계, 자연과 인공, 신체와 비신체와 같은 이분법적 경계를 문제화하며, 존재를 고정된 것이 아닌 관계와 매개 속에서 구성되는 혼종적 조건으로 사유한다. 여기서는 실제 배우의 몸과 AI가 생성한 얼굴이 결합된 신랑, 신부의 형상을 이러한 혼종성의 한 장면으로 읽기 위해 이를 참조한다.